달과 6펜스
아주 오래 전 고전 소설 <달과 6펜스>를 읽은 적 있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증권사를 다니던 스트릭랜드라는 남자가 하루 아침에 직장과 가족들을 버리고 남쪽 나라 섬 타히티로 떠나 그림을 그리는 내용입니다. 17년동안 같이 살았던 아내에게 스트릭랜드는 편지 한 장을 달랑 남겨두고 홀연히 떠납니다. 그에게 두 자녀가 있었다는 사실 역시 매우 놀랍습니다. 그는 17년간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살았는데 여생을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뭐가 문제냐며 사람들의 비난을 모조리 무시합니다.
스트릭랜드는 소설 속에서 말합니다.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인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묻습니다. 소설의 제목인 '달'은 인간이 지향하는 이상향,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일 등을 상징합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6펜스는 당장에 펼쳐진 현실, 생계, 현실과의 타협을 상징합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가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는 잘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계속 불편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달과 6펜스는 정말 상충관계에 있는 가치일까요? 당장의 이상을 쫒아 가족과 안정적인 직장 등을 버리고 이상향으로 떠나버린 스트릭랜드의 모습은 현대인인 저의 시각으로 보기엔 다소 기괴해 보입니다.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달과 6펜스는 Trade-off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합니다. 누군가는 아스라이 멀리 있는 달과 같은 이상향을 추구하기도 하고 눈 앞의 탐욕을 쫒기도 합니다. 그러나 달과 같은 이상향만 이상적이고, 6펜스는 기꺼이 버려도 되는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 삶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이상향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당장 6펜스를 지불하고 밥과 빵을 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가족들의 기본권을 지키지 못할 이상이라면 그것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6펜스를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
달을 쫒는다는 이유로 6펜스를 경시하는 사람들은 목적에 도달할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6펜스의 무게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자신의 책무를 해낸다는 것은 사실 상상 이상으로 큰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없는 수단은 공허하지만 수단이 없는 목적은 궤변일 뿐입니다. 6펜스도 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상향까지의 열정과 끈기는 금세 식어버릴지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고 자산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6펜스의 무게를 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남들이 '고상하지 못한 현실'이라며 경시하는 것이라고 해도 6펜스를 벌기 위해 매일 아침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결코 경시해도 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달을 쳐다보지 않고 6펜스를 줍기 위해 땅바닥만 쳐다보고 걷는다며 당신을 조롱할 때에도 당신은 땅에 떨어진 동전들을 밀알 줍듯이 주워나가면 됩니다. 그러다 삶이 팍팍해질 때면 한 번씩 허리를 펴서 달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상향에 대해 한 번씩 마음을 다잡고 묵묵하게 땅바닥의 6펜스를 모아간다면, 당신이 원하는 바는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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